헌병경찰시대

 

 

1876년의 강화도조약으로 일본은 부산 등의 조차지를 확보했고 아울러 치외법권을 설정하여 일본인 상인들에 대한 사법권을 확보했다. 1884년의 갑신정변은 최초의 근대적인 개혁을 위한 혁명이었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결국 한일 간의 한성조약이 체결되면서 점차 일본의 조선에 대한 침략을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갑신정변의 실패로 동학혁명이 발발하자 일본은 이를 빌미로 본격적으로 조선에 간섭하기 시작했고, 일본을 배경으로 한 개화파가 전통적인 봉건 체제를 서양의 새로운 근대적 체제로 개혁할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고종은 이를 받아들였고, 이때부터 조선은 근대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은 1894년 6월에 조선에 경찰의 창설을 결정하였고, 이의 지시를 받은 김홍집 내각은 같은 해 7월에 경무청 관제 직장과 행정경찰 장정을 제정하였다. 경무청 관제 직장은 경찰조직에 관한, 그리고 행정경찰 장정은 경찰 사무에 관한 최초의 근대법이다. 경무청 관제 직장은 일본의 경시청 관제를 모델로 하였다. 경무청 관제 직장에 따라 당시까지 내려오면 좌우 포도청을 통합하여 내무아문 하의 한성부에 경무청을 설치하였다, 경무청의 장은 경무 사라 하였고, 경찰 사무와 감옥 사무를 총괄하였다. 경무청의 하부조직으로 경찰지서가 설치되었고, 경무관을 지서장으로 임명하였다. 따라서 경무청 관제 직장과 행정경찰 장정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경찰조직 및 경찰직용에 관한 근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어 1895년에는 한성부 이외의 지방의 경찰조직의 근거법인 지방 관제가 제정되었고, 1896년 그 작용법인 지방경찰 규칙이 제정되어 지방경찰 조직이 정비되었다. 이 역시 일본의 제도를 모델로 한 것이다.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의 승리 이후 조선의 식민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2월의 한일의정서, 8월의 한일외국인 고문 용 방에 관한 협정서, 11월의 을사늑약, 1907년의 한일협약 등을 잇달아 체결함으로써 대한 황제의 폐위 및 한 국가 군대의 해산, 사법권 및 경찰권 등을 무력화시켰으며, 1910년 8월 22일 마침내 한일합방조약을 선포했다.



1910년에는 그동안의 임시헌병대가 한국주차헌병대로 개칭되었으며, 헌병대는 본격적으로 군사경찰 업무 이외에도 사회단체의 단속, 의병의 토벌, 항일인사의 체포, 일본 관민과 친일파 보호 등의 고등경찰, 즉 정보 경찰 활동 및 보통경찰 활동 등을 수행했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패망은 한국의 독립을 가져왔지만 미군정청으로 개칭되고, 미군정청이 다시 한국을 통치하는 체제로 전환되었다. 또한 태평양 미군 총사령부 포고 1호를 통하여 군정의 실시와 기존 공무원의 현직 유지가 공표되었다. 이에 따라 과거 국민의 원성을 샀던 일제 경찰이 그대로 신분을 유지하게 되었으며, 이는 오랫동안 경찰이 국민의 신뢰와 애정을 받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1953년 12월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처음으로 제정하여 경찰관의 직무집행에 관한 기본법을 마련하는 등 경찰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며, 국민의 생명, 신체, 재산의 보호라는 영미법적인 사고가 이 법에 반영되었다.

또한 1969년 1월 7일 경찰공무원법을 제정하여 경찰공무원의 채용 교육 승진 징계 등 인사행정의 근거법으로 삼게 되었다. 한편 경찰의 1960년 3/15 부정선거 개입은 4/19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결국 이승만 정권이 무너지는 원인이 되면서 경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요구받는 시발점이 되었다. 또한 군사정권에 반발한 시위문화 확산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 간의 끊임없는 긴장 관계가 조성되었다. 



1974년 12월 정부조직법의 개정으로 치안국이 내무부 산하 치안본부로 개칭되었다. 치안본부는 5월까지 유지되었다,



1996년에 정부 조직의 개편으로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로 이관되어 해상경비, 해난구조 및 해양오염 방지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1999년에는 각급 경찰 기관별로 청문 관제가 도입되어 경찰 기강을 강화하고, 민원인 불평 처리를 신속히 하는 체제로 전환하였다. 2000년에는 경찰청에 사이버테러대응센터를 발족하여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게 되었다. 2005년부터 수사경과제가 도입되어 수사 기능의 전문화를 시도하였으며, 다면평가제와 직위공모제 및 여경 채용목표제 등을 시행하는 등 투명하고 공개적이며 적극적인 인사행정 시스템을 도입하였다. 2006년에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으로 제주지방경찰청이 제주특별자치도 지방경찰청으로 변경되었으며, 경찰법을 개정하여 자치경찰에 대한 경찰청장의 지휘·감독권의 한계를 정하였다.



현재 경찰은 국가경찰 제도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며, 최고 경찰기관은 경찰청이다. 경찰청장은 치안총감이며, 경찰청장은 1차장 8국 9관 32과16 담당 관제를 유지하고 있다. 부속기관으로는 경찰대학, 경찰 인재개발원, 중앙경찰학교가 있다.

한편 2014년 11월에 해양경찰청이 국민안전처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이관되면서 기존 해양경찰 기능 중 해양정보 및 수사 기능이 경찰청으로 이관되었다. 즉, 해양정보 및 수사를 담당하던 해양경찰 200여명이 경찰청으로 소속이 변경되었으며, 경찰청이 해양 관련 정보 및 수사업무를 관장하게 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조직개편으로 2017년 7월 26일 자로 해양경찰청이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경찰청에 전입된 200여명 중 125명은 다시 해양경찰청으로 복귀하였으며, 관련 사무도 환원되었다. 한편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현형 국가경찰 제도를 그 권한과 업무를 분장하여 광역 단위 자치경찰제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였다. 향후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관련 입법의 정비를 거쳐 이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시행할 것인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